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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California!

내 인생에 있어 최고로 비싼 밥 한끼는 얼마였을까?

얼마 전 '엄마가 뿔났다'를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으로 차이가 나는 사돈과 함께 점심 한끼를 먹고 나서, 그럴듯하게 밥값을 치루려던 김혜자가 44만원이란 가격에 엉엉 울어버리는 장면을 보니 '뭐 그런 것 가지고' 하는 생각과 함께 '내가 지불한 가장 큰 밥값은 얼마였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도 잠시.. 나의 파란만장한 인생 노트에도 김혜자 아줌마처럼 거한 밥값을 내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참, ...
나.. 원.


나는 극중 김혜자 아줌마처럼 서민적으로 산 것은 아니지만, 장미희처럼 재벌가의 자식도 아니다.
대한민국 가장 평범한 중산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말 평범하게 살았던 나는 한끼에 적게는 1천원 많게는 5만원 정도를 지불했다. 지금은 가격이 올랐을지 모르지만, 불과 2년전만해도 1천원짜리 햄버거가 있었고, 길거리의 좌판에서 떡볶이를 1천원어치 먹을 수 있는 것은 흔한 일.
그리고 회사를 다니면서 사람들과 밥을 먹다보면 보통 5천원을 쓰는 것이 보통이었다.
친구들과 맛있는 저녁 식사 한끼를 하거나 애인과 근사한 레스토랑을 가도 보통 3만원에서 5만원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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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중, 음식점에서 한상 차려 놓은 밥상.
                           



하지만 내게도 특별한 밥값이 하나 있다. 차라리 김혜자 아줌마처럼 재벌 사돈이라도 만나서 써야 하는 돈이었다면 투자라고 생각하고 억울하지라도 않았을 거다.

나는 연예인 인터뷰 때문에 거금 38만원이란 밥값을 써야 했다.

섭외를 위한 포섭도 아니요, 촬영 뒤에 뒷풀이도 아니어서 참으로 씁쓸했던 밥값이다.

건방지기로 소문난 연예인 B양과의 일 때문에 만난 자리에서 쓴 밥값이 그랬다. 사실 그날 점심은 굳이 먹을 필요가 없었다. 인터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촬영이 끝나 뒷풀이를 해야 했던 것도 아니엇다. 화보 촬영에 관련해 미팅을 가지면 그 뿐이었다. 일이 좀 큰 규모여서 몇 번 만나야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그 전에 한번 만나서 15만원이 넘는 금액을 밥값으로 지불했다.

남들에게는 적은 돈일지 몰라도 내게는 큰 돈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고급스러운 입맛을 가지고 있나보다 싶어 그날을 단단히 조심할 참이었다. 커피나 한잔 마시고 헤어질 생각이었다. 커피를 마신다고 해도 압구정동에서 만나다보니 커피값만 3-4만원이긴 했지만.
사실, 기자들에게 회사가 호락호락한 것은 절대 아니다. 취재비용이 한 달에 오십만원 정도로 정해져 있는데, 이 안에서 한달을 생활해야 한다. 그런데 한 달에 열개 정도의 기사를 다루다보면 이 금액도 모자라서 사비를 톡톡 털어야 한다. 물론 일의 경중에 따라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눈감아주는 폭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정해진 취재비보다 많이 써서 올릴 경우 영수증을 끊어가도 돈을 내누지 않는 것이 회사다. 또 돈을 많이 쓰면 사람들 앞에서 불려가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게다가 그때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자유롭게 일하던 프리랜서였다. 15만원을 들고 회사에 갔을때, 마음씨좋은 팀장님은 건방진 B양을 알고 있어 다행히 처리해 준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분명 나는 진행비를 많이 쓰는 사람으로 낙인 찍힐 것이 뻔했으며, 그나마 그 돈을 받으려면 최소한 두 달은 있어야 내 통장에 들어온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미팅 당일, 코디네이터와 건방진 B양 그리고 매니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 뒤 집으로 가려고 바쁜 척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그런데 건방진 B양이 밥을 먹자고 나를 붙잡았다. 조금 바빠서 먼저 가야 한다고 하니 어떻게 연예인이 밥 먹자는 데 거절하냐며 콧방귀를 뀌었다. 옆에 있던 코디네이터는 나를 달래며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장소가 압구정동이니, 또 얼마나 비싼 것을 먹을까 걱정하는 사이. 장소는 건방진 B양의 임의대로 정해졌고 우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보기만 해도 비싸 보이던 그곳, 황당한 것은 B양의 가족이 일하는 곳이란다. 그리고 준비라도 한 듯 동생이 짠~하고 그곳에 나타났다. '저도 껴도 돼죠?'하는 얄미운 한마디. 밥값 걱정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주문은 건방진 B양이 알아서 시켰는데, 다섯 사람 먹을 식탁에 여섯가지 요리가 올랐다. 게다가 디저트까지 제일 비싼 것으로 달라는 말에 나는 순간 울컥하여 한마디를 던졌다.
"지난 번에 음식값이 많이 나와서요.. 저, 회사에서 혼났어요."
건방진 B양. 한참을 쳐다보더니 커피가지 주문했다. 그날, 나는 38만원이란 밥값을 카드로 긁어야만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정말 그녀는 장미희처럼 차를 타고 갔으며, 나는 김혜자처럼 옆에서 그녀를 지켜보다 회사로 돌아 갔던 기억이 난다.

나도 드라마 속 김혜자처럼 엉엉 울었다. 비록 44만원보다 6만원 적은 가격이었지만, 그때는 달래주는 남편도 없었고 멋진 차를 타고 가는 그녀 뒤에서 버스를 잡아 타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나 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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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끼를 같이 먹는 것은 배고파서 먹기 보다는 함께 이야기를 나눌 상대와 좀 더 특별한 시간을 갖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김혜자는 예단으로 준비한 돈 5천만원을 달랑 커피 한잔 마시며 건네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았기 때문에 식사를 함께 하자고 했을 테고,
기자들이 연예인들에게 식사하자고 하는 것은 좀더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하다 못해 연인끼리 외식을 하는 것도, 배고파서 밥을 같이 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오붓한 시간을 갖고 싶어서 밥한끼를 같이 하려는 것일테다.

그러니 함께 밥을 먹는 의미를 떠올리며 굳이 비싼 곳만을 찾으려 하지 않았으면 한다.

* 이 글은 특정 연예인을 비하하려는 의도로 쓴 것이 아닙니다.
글의 분류 제목을 보시면 알겠지만, 사회 생활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쓴 것인데
제 직업이 연예인과 관련되다보니 이런 오해를 빚은 것 같습니다.
만약 그 연예인을 누설하고 싶었다면 누구나 다 알아채게끔 사실적인 묘사를 했겠죠.
오해 마시고, 너그럽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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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명랑한 소설가를 꿈꾸는 Paper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