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초등학교지만, 나 어릴 적인 국민학교 때. 나는 주말이면 엄마 손을 잡고 교보문고에 가서 동화책을 구입하는 즐거움에 살았다. 그때 읽은 동화 중 인상이 깊은 것이 하나 있는데,
작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제목은 '예뻐지는 병원'이었다. 검색 사이트로 뒤져보니 같은 제목의 그림책이 아직 있다. 표지는 그때의 것이 아닌 것 같지만, 표지와 줄거리가 비슷한 것이 맞긴 한가보다.
책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날 성형외과가 한 동네에 생긴다. 동네 사람들은 예뻐질 수 있다는 이야기에 솔깃하기 시작하는데, 곰보쟁이 아줌마, 사고로 얼굴이 다친 아저씨 등 얼굴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하나 둘 병원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동네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한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얼굴이 똑같아 진 것이다. 옆집 순이네 얼굴과 앞집 동이네 얼굴이 똑같아 진 것이다.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병원으로 달려가 이를 항의하려는데, ... 결말은 성형술을 남용했던 의사가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지 않기 위해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성형수술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1980년대가 초래했던 그 당시, 사실 성형이란 단어도 생소했기에 이야기의 내용은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달을 따고 별을 따던가 갑자기 생긴 동생 때문에 부모님의 관심이 동생에게만 몰려 볼난 주인공 이야기에 질려 있던 나는 어른이 되어도 이 동화책 이야기를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동화책 작가가 마치 앞을 예언하는 예언가가 아니었던가 싶다.
물론, 우리 나라 사람들이 단일민족이다보니 비슷비슷하게 생긴 것은 안다.
그러나 요즘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보면 어찌나 비슷하게 생겼는지,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한참을 헛갈릴 때가 많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사진만 봐도 그렇다.
혹시 쌍둥이? 아니면.. 친척이라도 되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닮아 있는 연예인들 얼굴에 놀랍기만 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현상이 연예인들에게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지하철을 타다가 누구누구 닮은 사람들이 어찌나 눈에 띄는 지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내 친한 친구 중 둘은 같은 병원에서 수술을 받더니 눈매가 똑같아졌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은 다른 병원에서 각자 수술을 받는 것이 낫겠다는 이야기가 친구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예뻐지고 있다.
넓적한 얼굴에 쌍커플 없이 옆으로 약간 쳐지듯 반달 눈을 가지고, 낮은 콧대에 코끝은 약간 퍼질 듯 몽우리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생김새는 확실히 달라졌다.
쌍커플은 기본이다. 앞트임과 뒷트임으로 인해 일본 만화에서나 봤던 눈 크기,
이마에서 굴곡지듯 내려오던 콧대는 사라지고 이마와 나란히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콧대에 손가락으로 코끝을 잡아 준 듯 야무지게 자리 잡은 콧망울.
어디 그뿐인가?
팔자 사납게 보인다는 광대뼈는 더이상 보이지 않고, 날렵한 턱선에.
한술 더떠, 터질 듯한 가슴과 s라인을 자랑하는 몸매는,
2010년을 달리는 대한민국의 표준 외모가 되고 있다.
예뻐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옛말이 있듯 보기에 껄끄러운 것보다 마음 편히 가질 수 있는 '미'는 분명 좋은 것이다.
그런데, 모두 같은 얼굴이 되어 가는 성형은 예뻐지는 것이라기보다,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마음이 예뻐야 진정한 미인'이라는 씨도 안 먹힐 소리로 이 사태를 해결하려 들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다'란 말처럼 '마음이 예뻐야 진정한 미인'이라는 말은 날씬하고 예쁜 엄마가 좋다고 떼를 쓰는, 요즘 미운 다섯살 아이들도 콧방귀 낄 소리다.
그래서, 연예인들도 이제 거의 비슷비슷해지고 있는 이 사태를 해결할 것은 성형외과 의사들의 손에 달렸다고 본다.
좀 더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던가, 아니면 도덕적인 원칙을 만들어 전문의들끼리 준수하거나...
뭐, 이런 것을 국회에서 고민하고 해결해 줄 수는 없는것일까?
이런 것에 대해 국회의원 중 누가 법으로 규제 좀 해줬으면 한다.
1 성형외과에서 하는 각 시술에 상품명을 붙인다.
예를 들어 S양의 초생달 쌍커플 수술, k양의 이국적눈매 수술 등 연예인들의 외모와 비슷하게 해주는 시술에 고유한 연예인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2 상품명이 기록된 수술은 횟수에 제한을 둔다.
예를 들어 한 병원에서 S양의 초생달 쌍커플 수술은 10회로 규정한다.
3 한 병원에서 시술한 환자의 애프터 사진은 성형외과 규제 협회(가상의 협회)로 보내져 한 병원에서 비슷한 얼굴이 10명 이상 적발 될 시에는 일주일 영업 정지를 당한다.
4 수술 전에는 부작용에 관해 상세한 자료를 제공해야 하고 홍보용 영화를 만들어 부작용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난뒤에도 수술을 한다고 하면 그때 수술을 받게 한다.
혹은 수술 전, 나라 차원에서 부작용을 겪은 사람들과 전화통화 및 미팅을 갖게 하여 간접체험을 한뒤, 수술할 수 있게 한다.
지금까지 생각난 것은
뭐 이런 것.
현실과 맞지 않다고 할 수 있겠지만,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두의 얼굴이 똑같아 지는 것은 .. 아니지 않을까.
나야, 전문가가 아니니 살면서 이런저런 잡생각으로 마무리하지만,
전문가분들이 도덕적인 룰에 근거하여 법규라도 잘 마련해주었으면 한다.
국민의 예뻐지는 권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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