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는 미국 내에서도 기회의 땅으로 불린다. 그러다보니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주해 오는 이주민의 도시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캘리포니아는 몰라도 LA는 알고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낯익은 이름의 도시가 위치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캘리포니아는 한국 사람들에게 낯선 여행지다. 전 세계 사람들이 끊임없이 여행을 즐기러 오는 피서지이자 유럽인들이 꿈꾸는 햇빛과 바람의 도시인 이곳이 한국인에게는 유학을 위한 ‘공부의 도시’이니 말이다. 한번은 캘리포니아의 멋진 바닷가를 소개하고 싶어 여행 책을 기획하는 선배에게 말을 건내보았더니 아주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 사람은 ‘여행’을 계획하면 대부분 유럽으로 가거나, 동부에 있는 뉴욕만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여행지인 이곳이 한국인에게 유독 외면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소한 내 여행기가 이곳의 진가를 발휘하는 데 한 몫하길 바라는 뜻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섬 카타리나 아일랜드를 첫 번째 여행기 장소로 골랐다.
정확한 명칭은 SANTA CATALINA ISLAND. 하지만 모두 그냥 카나리나 아일랜드로 부른다.
이곳은 하루면 충분히 여행하기 좋은 곳으로, 미국 서부 여행시 코스로 넣어도 좋고 만약 이곳이 좋다면 하루 이틀 머물면서 카리브해안을 연상케 하는 푸른 빛 바다에 푹 빠져 있어도 좋을 것 같다.
‘하루’라는 정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단기 여행을 계획하다 카타리나를 찾게 되었다. 사실 캘리포니아에 20년 넘게 거주한 언니들의 강력한 추천도 있었다. 횡하다 못해 가끔은 지겨울 정도로 심심하게 낮게 깔린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을 벗어나 아기자기한 섬의 분위기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 이 70%는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여행 기사에서 빠질 수 없는 장소의 역사와 유래 등 내가 아는 지식 내에서 몇 개 정도 추려내보도록 하겠다.
이 섬은 1900년대에 개발되기 시작했는데, 미국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유명한 츄잉 껌 재벌인 윌리엄 리글 리가 섬을 사들여 호화스러운 별장을 짓고 카지노 빌딩을 건축했다. 그래서 이 섬을 ‘리글리 섬’으로 부르기도 한다.
섬은 우리가 잘 아는 LA에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롱비치에서 배를 타고 한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꽤 큰 쾌속선이 운행하는데 하루에 다섯 번 정도의 운행을 하고, 고요한 캘리포니아의 바다를 달리기에 별다른 흔들림없이 이동할 수 있다.
카타리나 섬은 유명한 산토리니 섬만큼이나 아름답고 볼거리가 많다. 산토리니를 직접 가보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할 수 없지만, 하루면 구경이 가능할 정도의 거리 안에 예쁜 집들과 멋진 해안가는 물론 400여마리가 넘는 들소, 산양, 흰머리 독수리 등 진기한 동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테니스 코트, 승마코스, 골프 코스가 좋기로 유명하고, 심해 낚시와 부두 낚시를 할 수 있는 것도 카타리나 섬의 매력이다.
섬의 중심부인 아바론 주위에 자전거 및 소형 카트 코스가 준비되어 있어, 한 시간에 $40하는 골프 카트를 빌려 섬의 윗부분에 어렵지 않게 올라 섬 전체를 구경할 수 있기도 하다. 카타리나는 자연보호 규정이 까다로운 곳으로, 경찰차 및 공사관련 차가 아닌 이상 자동차를 운행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집 앞에 세워진 색색가지의 예쁜 골프 카트 및 자전거들을 구경할 수 있다.
카타리나에서는 랍스터나 연어 등 신선한 해물 요리 집들이 유명하기도 한데, 조금 비싼 가격이지만 맛은 일품이다. 바다를 끼고 영업하는 레스토랑들이 많아서 선상 위에서 음식을 먹는 기분을 내기에도 좋다.
특히 카타리나 아일랜드의 바다 색깔은 깨끗한 카리브해 연안을 떠올릴 정도로 푸르고 예뻐서 잊을 수 없는 한끼의 식사를 제공한다.
여기까지는 기본적인 섬의 여행 정보였고, 이제부터는 개인적인 감상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사실,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바닷가가 이렇게 다양할 수 있구나, 하며 매번 감탄한다. 위치상으로 보면 캘리포니아도 우리의 동해안과 마주하는 곳인데,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바닷가에 서면 신기하게도 짠냄새가 전혀 없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강렬한 햇빛아래에서도 더운 줄 모른다.
파도가 큰 곳은 서핑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바닷가 자체가 워낙 크고 길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피어를 조금만 벗어나면 한적하게 바닷가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솔직히 카타리나로 가면서 나는 그런 바닷가를 상상했다. 여느 캘리포니아의 바닷가처럼 한쪽에서는 서핑을 하고, 한쪽에서는 피어 위에 있는 가게에 들러 음식을 먹고, 한쪽에서는 바닷가 모래 사장을 걷고, 한쪽에서는 선탠을 하고..
카타리나는 달랐다. 미국이라기보다는 유럽의 작은 마을에 들린 듯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다. 자체적인 자연협회를 만들었을 정도로 카타리나 섬의 자연 보호는 남다른데, 그래서인지 도회적인 느낌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도착하자마자, 카트를 빌려 대표적인 여행 코스라는 곳을 한 시간 정도 돌아봤다. 카트를 빌리는 곳은 섬 안으로 들어서는 진입로에 위치해 있다. 별 것 아닌 운전 같은데, 드라이브 라이센스를 요구했다. 이유는 카트를 몰고 산을 오르다 보면 알게 되는데, 대관령의 한계령마냥 아찔한 절벽 길에서 운전을 잘못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난간 하나 설치 되어 있지 않아 위험하지 않냐고 카트를 반납하며 물으니 아직까지 단 한건의 사고가 없었다고. 사고보다는 자연보호가 우선인것처럼 이야기 하는 바람에 난감하긴 했다.
섬의 정상에 오르자 내려다보이는 섬의 모습이 마치 동해안의 한 포인트에 서 있는 느낌이어서, 한국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카트를 타고 가는 도중에 버팔로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내가 갔을 때는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대신 멋진 골프 코스와 미국의 부촌에서나 볼 수 있는 별장 및 주택지를 구경했고, 공기 좋은 곳에서 한폭의 그림처럼 자라는 나무들 구경에 정신이 없었다. 섬의 높은 포인트를 찍고 내려서다 보면 카타리나 섬의 대표적인 풍경인 아바론의 중심이 보인다. 선박해 있는 배들과 카지노 건물이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데, 이 섬에 왜 가냐고 물으면 바로 이 풍경을 보기위해서라고 대답할 정도로 아름다워서 한참을 그 자리에 멈추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섬을 더 사랑스럽게 느끼게 하는 것은 작고 아담한 거주지역 골목 골목이다. 카트를 반납하고 바닷가를 중심으로 몇 블록 안되는 거리를 걸었다. 예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어 사진을 취미로 하는 나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곳으로 다가왔다. 이국적인 풍경이 물씬 풍기는 스타일의 집들이 골목골목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하고, 대문을 한번 두들겨 안을 구경하고 싶은 호기심을 이끌어 낸다. 특히 좁고 기다란 카타리나의 동네 골목은 유럽의 작은 마을을 연상케 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색다른 여행지 느낌을 맛 볼 수 있게 한다.
카타리나 섬에도 히스패닉 이주자들이 많이 보이는데, 섬이 개발 되기 전부터 살던 원주민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어찌보면 이주자라기보다 원주민이기도 할 것이다.
나이가 들면 카타리나 섬으로 이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섬의 물가가 LA보다 비싸다는 소리에 그저 꿈으로 간직해야 하나, 싶었다.
사실, 카타리나를 한국의 섬과 비교하라고 하면, 남이섬을 떠오른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서울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쉴 수 있게 하는 남이섬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알지도 못했던 나라의 사람들과 이웃이 되는 이곳, 캘리포니아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 미국이면서 또 미국스럽지 않은 섬 카타리나. 색다른 미국 속의 또다른 여행지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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